동의보감으로 보는 현대의학

감기에 자주 걸리는 체질, 동의보감은 무엇을 주목했을까

동의보감가이드 2026. 1. 3. 09:22

감기는 외부 문제가 아니라 몸의 준비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같은 계절을 지나는데도 어떤 사람은 감기를 피해 가고, 어떤 사람은 해마다 반복해서 감기에 걸립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 차이를 단순한 운이나 면역의 강약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감기는 외부에서 들어온 사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기를 막아내야 할 정기가 약해졌을 때 가장 먼저 드러나는 신호라고 설명합니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체질, 동의보감은 무엇을 주목했을까

정기란 몸이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힘을 뜻하며, 이 정기가 충분하면 외부 환경이 다소 거칠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정기가 소모된 상태에서는 작은 온도 변화나 피로 누적만으로도 감기 증상이 나타나기 쉬워집니다. 그래서 감기에 잘 걸리는 체질은 병에 약한 몸이라기보다, 이미 에너지가 많이 소진된 상태로 이해하는 것이 동의보감의 기본 관점입니다.

 

폐는 감기 체질을 가장 먼저 드러내는 장부입니다

동의보감에서 감기와 가장 깊이 연결된 장부는 폐입니다. 폐는 단순히 숨을 쉬는 기관이 아니라, 외부 공기와 몸 내부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방어의 최전선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때 폐의 핵심 기능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선발숙강입니다. 선발은 기운을 위로 퍼뜨리는 작용을 뜻하고, 숙강은 아래로 내려보내는 조절 기능을 의미합니다. 이 두 작용이 균형을 이룰 때 폐는 필요한 기운을 온몸에 고르게 전달하고, 불필요한 기운이나 탁한 요소는 아래로 정리해 줍니다.

 

선발숙강이 약해지면 기운이 위로 몰리거나 아래로 제대로 내려가지 못해 기침이 잦아지고 콧물이 오래가며, 감기가 쉽게 반복되는 체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위가 약하면 감기는 길어지고 회복은 느려집니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들 중에는 한 번 걸리면 유독 오래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런 상태를 비위 허약과 연결해 설명합니다. 비위는 음식물을 소화해 기혈을 만들어내는 중심 축으로, 현대적으로 보면 에너지 생성과 회복을 담당하는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비위가 튼튼하면 감기에 걸려도 회복 속도가 빠르지만, 비위 기능이 떨어지면 열이 내려간 뒤에도 잔기침이나 피로감이 오래 남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후천지기가 부족한 상태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생활 속에서 만들어져야 할 기운이 충분히 생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감기 체질을 단순히 면역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소화와 회복의 흐름까지 함께 살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땀과 체온 조절은 감기 체질의 중요한 단서입니다

동의보감은 감기에 잘 걸리는 체질을 판단할 때 땀의 상태도 중요하게 봤습니다. 땀은 단순한 노폐물 배출이 아니라, 몸이 외부 환경에 대응하는 조절 장치로 인식됐기 때문입니다. 땀이 지나치게 쉽게 나는 체질은 겉을 지키는 기운이 약해 찬 기운이 쉽게 침투하고, 반대로 땀이 거의 나지 않는 체질은 체온 조절이 둔해 열이 몸 안에 머무르기 쉽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감기가 단순한 코 증상에서 끝나지 않고 몸살이나 두통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위기 불고, 즉 몸의 표면을 지키는 힘이 약해진 상태로 설명하며, 감기 체질의 중요한 특징으로 보았습니다.

 

감기 체질은 고쳐야 할 병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구조입니다

동의보감의 관점에서 감기에 잘 걸리는 체질은 결함이 아니라 신호입니다. 무언가를 더 보충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보다, 이미 과하게 소모되고 있는 부분을 줄여야 한다는 알림에 가깝습니다. 정기를 아끼는 생활 리듬, 폐와 비위를 동시에 무리시키지 않는 식사 습관, 체온을 급격히 떨어뜨리지 않는 일상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감기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새로운 자극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감기에 자주 걸린다는 사실 자체를 몸의 약점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관리 방향을 알려주는 기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동의보감식 접근입니다.